바람이 분다

트망 2024. 3. 18. 16:45


그의 아름다움
완벽함
성공

하지만,
첫술은 원래
배부르지 않아

 

 

돋보기를 대고 타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시대. 어디에 사는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 오늘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는지 알 수 있는 시대. 조금만 더 시간을 들이면 밥숟가락 개수까지 알 수 있는, 의도치 않게 아주 촘촘한 정보의 시대. 멈추지 않는 인간의 호기심은 그들의 삶 전반을 훑도록 지시한다.

 

하지만 무릇 인간이란, 착하게, 멋지게, 조화롭게, 여유롭게, 부유하게 보이기를 바라는 게 보통이다. 나의 정보를 공유할 때에는 크든 작든 어느 정도 조리된 것들로 채우기 마련이다. 좋아 보이는 것들은 더 크고 진하게, 그렇지 않은 것은 더 작고 흐리게.

 

그래서 세상은 좋아 보이는 것들만 넘쳐난다. 세상에는 나보다 비싼 집과 차를 소유하고, 날마다 해외 여행을 다니며, 비싼 옷과 고급 음식을 먹는, 노는 게 일상인 사람들 뿐이다. 성공한 사람들. 아름답다. 완벽하다. 모두가.

 

반복은 익숙함을 만들고, 익숙함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렇게 그들을 나의 미래로 삼는다. 하여 일확천금을 꿈꾼다. 주식을 사서, 책을 써서, 이모티콘을 만들어서, 강의를 해서 단숨에 돈방석에 오른다는 꿈을 꾼다. 모두가 같은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만큼 과정이 생략된 세상은 일찍이 없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리 없다. 그들의 성공이 사실일지라도, 한 순간 그 자리에 오르게 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하상욱 작가가 그랬다.

“남이 하는 일이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이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보이고 들리는 것만큼 단순하지도 쉽지도 않을 것이다.

탐하되 과정을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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